사람들은 삶을 바꾸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행동을 고치려 한다. 더 일찍 일어나고, 긍정적인 말을 하고,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좋은 습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물론 행동은 중요하다. 하지만 결심만으로 변화는 오래가지 못할 때가 많다. 행동은 삶의 가장 바깥에 드러나는 열매이기 때문이다. 그 열매를 바꾸려면 먼저 뿌리를 보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때 삶의 방향도 달라진다.
변화는 나를 새로 설계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세상은 끊임없이 더 나은 자신을 만들라고 말한다. 능력을 쌓고, 성과를 만들고,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한다고 재촉한다. 그러나 그 길은 쉽게 비교와 불안으로 이어진다.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가에 따라 내 가치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은 다른 자리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성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재다. 삶의 변화는 내가 원하는 이상향을 붙드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나를 지으시고 부르신 분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얻는 새로운 정체성
복음은 죄와 실패의 기록을 외면하는 자기암시가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이 되었다는 선언이다. 나라는 존재가 과거의 상처, 반복되는 실수, 다른 사람의 평가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죄의 속박 속에 머물게 하지 않으시고, 은혜로 다시 부르신다. 그래서 회개는 자신을 미워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 돌아가는 일이다. 변화는 내 의지를 더 세게 붙드는 데 있지 않다.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그 은혜에 맞는 삶으로 한 걸음씩 돌아서는 데 있다. 새로운 정체성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삶을 다시 선택하게 하는 힘이다.

삶의 습관은 정체성의 열매가 된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은 일상의 작은 자리에서 드러난다. 말 한마디를 고를 때, 욕심 앞에서 멈출 때, 가족과 이웃을 대할 때,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정직을 지킬 때 드러난다.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말씀과 기도, 예배와 공동체 안에서 마음이 새로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인내하고 버티는 의지만이 아니라 서로를 돌아보고 붙들어 주는 관계도 필요하다. 행동의 변화는 정체성을 얻기 위한 조건이 아니다. 이미 받은 은혜를 살아 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느려 보여도 그 변화는 삶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 수 있다.

삶은 정체성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한다
삶이 흔들릴 때마다 더 강한 결심부터 찾기 쉽다. 그러나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내가 무엇을 해내야 하는가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이다. 그 질문에 복음으로 답할 때 삶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진 정체성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선택을 바꾸며, 선택이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꾼다.
답글 남기기